일상 에세이

말.잇.못

플루시오스 2024. 1. 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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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잇.못

"말을 잇지 못하다"의 줄임말

 

나의 모습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말잇못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믈을 해야 하는데 말을 잇지 못한다. 그저 상황만 보다가 더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고 돌아서고 만다.

 

지난 주 카페에서 우연하게 만난 지인을 일주일이 지난 오늘 약속을 잡아 다시 만났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점심식사를 했던 백반집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여느 백반집과는 다르게 트렌디하고 깔끔하며 정갈했다. 혼밥도 가능했고, 서빙하시는 분도 친절하셨다. 아마도 부모님과 딸이 함께 운영하는 집인듯 하다.

 

커피를 마셨던 이디야는 여느 체인점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찍어낸 인테리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메뉴얼에 따른 운영방식과 동일한 레시피로 제조되는 음료.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제는 내가 말을 꺼낼 일만 남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언제 내부담분석 이야기를 꺼낼지 상황을 살핀다. 슬쩍 내가 보험영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해보기도 하고, 보험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딱 그 뿐이다. 더 이상 잇지 못한다. 말.잇.못.이다.

 

혹여 불쾌하진 않을까, 너무 성급하게 내 의도를 드러내는 것은 아닌가, 사람이 아니라 계약만을 쫓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가, 수많은 생각과 계산을 반복하며 말을 이어보지만 여전히 겉도는 느낌이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말은 꺼내보지도 못한 채 시간이 되어 헤어진다.

 

영업을 하는 사람이 말.잇.못.이라니... 그래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적어도 아직 끝나진 않았으니까.

 

아무리 어두운 터널이라도 반드시 끝은 있다. 빛 한 줌 들지 않는 터널도 끝없이 걷다보면 밝은 빛을 맞이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빛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현재 어둠다고, 지금 넘어졌다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뒷걸음질쳐봐야 마찬가지로 깜깜한 터널 안에 존재할 뿐이다. 해야할 일은 그저 넘어지고 부딪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뿐. 그 뿐이다. 그저 하루 또 하루,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렇게 전진할 때 아주 작은 빛이 저 멀리 보일것이고, 점차 그 빛이 커져감 알게 될 터다.

 

비록 내가 하려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지만, 한 사람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 사람에게 신뢰감을 전달할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여전히 어둠 속에서 손을 뻗으며 걷고 있지만, 그럼에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 하루도 나는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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