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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 말.

결국은 영업이었다.

by 플루시오스 202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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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청년부에 신학교 2학년 학생이 들어왔다.

현 교회에 출석 중인 학교 교수님의 소개로 오게 된 것이다.

 

시간을 내어 함께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심란함 투성이다.

이단 교회에서 수년간 몸담고 있다가, 코로나19를 지나며 정통교단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신학교에 갔던 이유도 이단 교회에서 신학교에 입학시켜서 전도사로 채용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처음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그러했지만, 다니면서 공부하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뜻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문제는... 본인이 스스로를 생각해보아도 목회와는 맞지 않는듯 하여 교수가 되어보려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목회자로써는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보이긴 했다.

 

사람들은 목회자로써의 자질이 정직함, 정의로움, 이웃에 대한 사랑, 유창한 언변, 온화한 성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목회자의 자질은 뻔뻔함, 악착같음, 사기성, 집요함 등이다.

결국 목회자도 교인이 모여야 살고, 헌금이 나와야 살며, 돈이 있어야 산다.

땅 파서 벌레잡아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애석하지만, 교회도 냉혹한 세상과 다를바 없기에 세상에서 살아남기와 동일한 스킬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학생은 목회자로써의 살아남기 위한 소양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마치 과거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달까...

 

결국 이 학생이 선택한 것은 신학교 교수인데...

신학교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최소 15년 정도는 생각해야만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깜짝 놀라는 눈치다.

어떤 교수도, 어떤 사람도 자신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15년 후에 과연 대한민국 안에 신학교가 몇 개나 살아남아 있을지, 그리고 자리가 있을지도 미지수 아닌가?

 

교수가 되고 싶은데 어떤 과정을 거치면 되느냐고 묻는 이 학생의 말에 교수들은 이렇게 답을 줬다고 한다.

"일단 학부를 졸업하고 본교 신학대학원에 입학을 해라"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고 한다.

이후에 어느 나라 어느 학교로 유학을 다녀와야 하는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신학대학원에 입학할 학생을 확보하는 것 아닌가!?

하루 하루, 한 해, 한 해,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등록금을 상납해 줄 학생을 찾는 것만이 교수의 역할인 듯 싶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교수들의 역할은 결국 영업사원과 다를 바가 없다.

 

아무리 인생이 영업이라지만...

그래도 정직하게 미래에 대해 설명해주며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무책임한 말만 던져주며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 정녕 교수의 임무인가?

 

교수도.. 결국은 영업이었다.

교회도 결국은 영업이니.. 신학교 교수도 다를 바 없겠다.

그들도 건사해야 할 처자식이 있으며, 자기 몸뚱아리가 있고, 노후가 있기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하루 하루 지내고 있을 것이다.

부디.. 깊이 깊이 고민해보고 꼼꼼히 따져보길 바란다.

예수도 말하지 않았는가?

망루를 세우는 사람이 끝까지 세울 수 있을지 계산해 보지 않겠느냐고...

전쟁에 나가는 임금이 상대 병력과의 차이를 비교해보며 승률을 계산해보지 않겠느냐고...

너희도 나를 따르려거든 계산해보고 끝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 보고 따라오라 하셨다.

 

계산해 보았나...

제발.. 나중에 교인들 피 빨아서 계산 맞출 생각하지 말고...

애초에 그 길에서 돌아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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